절체절명도시3 무너져가는 도시와 그녀의 노래



 평생을 살아도 진도 5.0 이상의 지진조차 겪기 힘든 우리 나라 사람에게 있어서 지진이란 그리 무서운 재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다 건너 일본에게 있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에 10여년 전에도 진도 7.0 이상의 대지진을 겪은 바가 있고 역사 속에서도 몇 번이고 대지진을 겪은 만큼, 일본에게 있어서 지진이란 자연 재해는 우리 나라와는 정 반대로 기습적으로 찾아와서 천문학적인 피해를 안겨주는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 자연스럽게 각종 매체에서 지진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만화는 물론이요,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등. 게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데, 세 편째로 이어지고 있는 절체절명도시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려 하는 작품은 그 시리즈들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으로, PSP용 <절체절명도시3 무너져가는 도시와 그녀의 노래> 편이다. 시리즈 중에 최악이라느니, 시점 변환과 조작감이 절체절명이라느니, 이래저래 혹평 투성이인, 말 많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애증의 감정으로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 했기에 이에 글로 남긴다.

 절체절명도시3에서 느꼈던 첫 감각은 전반적으로 엉성하다는 것이었다. 장난이 아니다. 정말로 엉성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한심하게 삐져나온 철근들 만큼이나 엉성한 느낌이다.

가장 먼저 그래픽이 엉성하다. 전반적인 그래픽 처리가 너무나도 주먹구구식인지라, 주인공을 포함한 몇몇 핵심 캐릭터들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폴리곤은 멀쩡한 사람도 안면인식장애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심지어 최종장에서는 싸구려 연극의 종이배경마냥 2D로 표현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때의 느낌은 그저 정신이 아득해진다. - 90년대 게임이면 이해가 가는데, 2009년에 나온 작품이란 말이다! -  PSP가 스펙이 딸리는 콘솔도 아니고, 현존하는 휴대용 콘솔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높은 하드웨어 스팩을 자랑하는 매체인데, 그런 매체를 통해서 이정도 밖에는 표현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이건, PS2에서 PSP로 넘어 갔더니 하드웨어의 성능차가 너무 심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는 변명으로 넘어가기에는 용서가 되지 않는 수준인 것이다. 굳이 요약하자면 절체절명도시3의 그래픽 부문은 제작진의 의도와 역량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퀄리티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엉성한 그래픽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사악하다고 밖에는 표현 할 수가 없는 시점 변환과 만나서 그리 달갑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절체절명도시3의 시점 변화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문자 그대로 절체절명이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시점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자동으로 이동하는 타입인데, 문제는 움직여야 할 때는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지 말아야 할 때는 맹렬하게 움직인다는 데에 있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면 폭도들에게 쫓길 때와 최종장에서 무너져 가는 하즈키 빌딩을 탈출하는 때를 꼽을 수 있겠다. 폭도들에게서 탈출하는 시나리오 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플레이어와 폭도들 양쪽을 전부 관찰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점이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하지만 이 때의 시점은 오로지 플레이어에게 집중되어있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하즈키 빌딩을 빠져나오는 장면에서는 시점이 지나치게 빠르게 휙휙 전환된다. 덕분에 보이지 않는 구멍에 빠져 한심한 비명을 내지르며 떨어지는 일이 허다한 것이다. 이 번에는 움직이지 말아야 할 때 움직인 것이다. 이래서야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인상을 구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게된다. 물론, 십자키를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시점을 잡아 낼 수 있기에 시점에 관해서 마냥 부정하는 것은 불공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머리 위로 엘리베이터가 떨어져 내리는 둥,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스스로 시점을 변환해야한다면 시간도 시간대로 잡아먹거니와 완전히 김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절체절명도시3의 시점 변화는 게임에 해가되면 해가 됐지 절대로 득이 되지는 않는 스타일로 짜여져 있다.

 시점은 시점대로 말썽인데, 조작감도 엉망이다. 다른 3D 게임과 비교하면 부조라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짜증나는 조작 인터페이스를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이동은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단순히 아날로그 스틱만 이용하면 천년만년 걷기만 할 뿐인지라, 항시 X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X버튼을 누른 채로 이동을 하면 달리기 시작하는 데, 단차가 있는 곳에서 대시를 하게 되면 캐릭터가 대시 대신에 자동으로 점프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조금이라도 단차가 있으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으로 점프를 해대는 바람에 일부 스테이지에서는 조작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피할 수 없는 게임오버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걸로 끝 일것 같나? 넓은 단차에서 X버튼 누르고 점프를 하면 매달리기를 실행하며 메뉴를 불렀을때 취소를 담당하는 것도 X 버튼이다. 이 쯤 되면 X 버튼을 믿는 종교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 판이다. X 버튼이 무슨 만능의 권능인가?  X 버튼 하나에 이렇게 많은 기능을 부여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것인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 할 때 제외 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O버튼을 점프로 만들어 놓으면 게임의 템포가 10배는 좋아지고, 파멸적인 조작감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떠올를지도 모르겠다. 앞서 나가는 당신.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냥 속에만 담아두도록. 당신은 지금 <절체절명도시3> 의 리뷰를 읽고 있다.  

 조작감도 좋지 않은 편인데, 맵의 구성도 뭔가 엉성하고 설명이 부족해서 때로는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위험한 장소와 그렇지 않은 장소의 구분이 너무나도 불명확한 데다가 힌트 또한 부족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일례로 게임 초반에 등 뒤에서 덮쳐오는 불길을 피해서 사다리 차를 이용해 탈출하는 에피소드와, 불바다가 되버린 창고에서 탈출하는 에피소드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사다리차의 사다리 위를 달려서 불길 속을 탈출 하는 부분은 장담컨데 누구라도 한 번쯤은 반드시 게임오버를 당했을 것이다. 이전 에피소드와 현재 직면한 에피소드가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의 올바른 탈출 방법은 사다리의 끝에 놓인 컨테이너의 지붕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사다리의 3/4 지점에서 옆으로 점프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다리차 에피소드의 바로 전 에피소드가 컨테이너 위를 달려서 탈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데에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플레이어로서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다시 한 번 더 컨테이너 위를 달리게 되고, 올바른 탈출 방법을 찾기 전까지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고 연달아 게임오버 되는 것이다.  글로 표현하면 잘 못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플레이 하는 입장에서는 토 나오는 상황이다. 불바다가 되어버린 창고를 탈출하는 부분도 크게 다를바가 없다. 한 번 상상해보라. 여러분은 지금 불길의 한 가운데에 있고, 손에는 소화기를 쥐고 있다. 이 불길 속을 탈출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겠는가? 열이면 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소화기를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어김 없이 게임오버 화면을 보게 되겠지. 정답은 다음과 같다. 불 끄고 탈출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옆에 있는 상자위로 올라가시오. 그럼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갑니다. 

 물론 재해 현장이란 것이 인간의 상식을 무시하는 면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의 힌트 부족은 좋게 말하면 언제나 같은 방법으로 탈출 할 수만은 없는, 리얼한 재해현장을 구현한 것이 될 수도 있지만, 게임으로서는 그저 최악이라 할 수 있겠다. 눈 앞에 놓여 있던 난관이 실은 너무나도 맥빠지고 장난에 가까운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었다면, 난관 끝에 찾아오는 감정은 성취감이 아니라 허탈함과 분노 뿐인 것이다.

 그래픽도 엉성, 조작감도 엉성, 게임 진행도 엉성, 이 참에 그랜드 슬램이나 달성 해 보자. 스토리, 수집요소 등, 게임의 부가적 요소도 한 없이 엉성하다. 우선 스토리. 현실성을 무기로 하던 절체절명시리즈 이건만, 정말로 현실성이 없다. 전반적으로 건설회사와 기업가 간의 비리, 핏줄속에 얽힌 과거와 음울한 비밀, 고난 속에 숨어 있는 작은 희망, 역경을 함께 겪으면서 둘 사이에 싹트게 되는 감정. 꿈을 향해 나아가는 힘 등을 지진이라는 큰 틀 속에 엮으려 했으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설득력도 부족하고 따로 논다. 복수 한 답시고 설레발치는 여고생이나, 거기에 동조해서 총 쏘고 다니는 경찰이나, 친자식처럼 길러온 여자아이를 인질로 잡는 지질학자나, 인질범을 설득하겠다고 무너지는 건물에서 뜬금 없이 노래를 부르는 히로인이나, 그 노래를 따라 부르는 민간인들이나, 그 사이에 철골 위를 기어 가서 인질을 구하는 주인공이나... 하나 같이 미쳐 있어!! 현실감 없어!!! 

 스토리만 엉성하냐고? 그럴 리가 있나. 수집요소도 엉성하다. 뭔가 코스츔들이 잔뜩 있기는 한데, 대부분이 색깔만 바꾼 색 돌려 쓰기 인데다가, 길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입수 난이도고 뭐고 개뿔도 없다. 존재 이유를 묻게 만드는 아이템들도 한 둘이 아니다. 벤치에 앉으면 모든 HP와 스트레스가 한 번에 회복되기 때문에 회복 아이템을 쓸 이유가 없으며, 소화기는 여기 저기 폭발하고 무너지는 게임 전체에서 딱 한 번 쓰이며, 컴퍼스나 회중 전등, 간이 메가폰 등은 쓸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어드벤쳐 게임인데 아이템을 쓸 일이 없다니... 정초부터 농담하고 있는 기분인데, 불행히도 농담이 아니다.

 근데, 무엇보다 엉성한 것이 뭔줄 아나? 난이도란 말이다!!! 정말로 엉성하기 이를 데 없어서, 공포스러울 지경이다.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조작감도 엉성하고 시점 변경도 엉성한 주제에 힌트도 주어지지 않아서 작정하고 플레이어의 게임 오버를 노리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작품이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너무 쉽다!' 액션 게임에 잼병이라 할 수 있는 나 조차도, 2회차 부터는 설렁설렁 플레이 해도 3시간이면 엔딩을 본다는 것은, 정말로 쉽다는 레벨을 떠나서 거의 치명적일 정도로 쉬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쯤 되면 일종의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어떻게 그런 온갖 악조건을 쥐워 주고서는 게임을 쉽게 만들 수 가 있지?


 설명만 들으면 참 악몽 같은 게임이다. 하지만 난 이 게임이 좋다. 유쾌하게 웃으면서 플레이 했다. - 그렇게 욕을 한 바가지 해 놓고서는 이제와서 좋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겠냐고 물어도 할 말 없지만, 어째서인지 난 게임에 관련된 글을 쓰기만 하면 늘 이렇다. 즐겁게 플레이 한 게임일수록 왠지 안 좋은 면을 잔뜩 부각 시키고 싶어지는 것이다. < 럼블로즈 XX 로큰로즈 >가 그랬으며 < 데드 라이징 > 이 그러했다. - 참으로 절망적인 악조건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절체절명도시3> 는 그래도 '재미있다' 라고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파멸적인 시점 변환과 조작성이 의외의 현실감을 느끼게 한 데 있다. 

 생각해보라. 게임속에서 여러분은 문자 그대로 '평범한 대학생' 이다. 봄 부터 대학에 다니게 되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인공섬으로 가게 된 평범한 청년, 처녀 인 것이다. 그런 당신이 벽을 타고 달리고, 절벽은 2단 점프로 뛰어 넘고, 폭도들은 리베리온 콤보로 썰어 버린 다음, 떨어지는 건물 잔해를 백 텀블링으로 피하고, 무너지는 빌딩을 잠재된 악마의 힘으로 날아 올라 탈출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세상에 그런 대학생이 어디 있나? -_-; 그런건 단테나 베요니타한테 맡기고, 절체절명도시3에 있어서는 한 번쯤 정말로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나보자. 건물에 깔리면 즉사하는게 당연하고, 몸 전체에 불 붙으면 1분만에 절명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너진 잔해는 20미터 짜리 슬라이딩으로 지나가는 대신에 개처럼 기어가는게 당연하며, 폭도 수 십명한테 잡히면 뼈도 못추려야 정상이다. 점프하다 삐긋해서 옥상에서 떨어지면 살아나는 것이 이상하다.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나약하고 밋밋하다. 그런데, 관점을 바꾸어 보면 이런 나약한 주인공이 어떤 게임의 주인공들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감정이입또한 쉬워지는 것이다. <스페랑카>처럼 박쥐똥만 맞아도 즉사하는 것 처럼 약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약하고, 건담 씨뎅의 신씨 마냥 짜증나게 찌질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찌질해서 - 저런 불구덩이 속에 장비도 없이 뛰어들다니! 죽는다고요!! 같은 - 도저히 미워 할 수가 없다. 같은 상황에 처하면 나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의외로 현실적인 게임 밸런스와는 정반대로 제작진의 센스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아스트랄한 선택지는 게임의 재미를 한껏 더해주는 매력 요소이다. 보통 이런 게임은 특정 상황에 처하면 '긍정', '부정' ,'중도' 등 대략 3개의 선택지를 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데 절체절명 도시에서는 다르다. 적게는 4~6, 때로는 9개 이상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데, 상식적인 선택지도 존재하지만 때로는 황당무계한 선택지도 존재한다. 그 모든 선택지들은 풀음성으로 전개되는데, 성우들의 연기들도 나쁘지 않다. 다른 선택지를 골랐을 때의 반응도 보고 싶어서,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다시 한 번 플레이를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차에 갇혀 있던 그녀를 보고도 그냥 지나간 모리타를 욕하는 사키에게,


- 확실히, 그 사람 심하네요.  라고 동조한다.
- 당황해서 당신을 눈치채지 못한건 아닌지?
- 전 그렇게 생각 안해요. 그 사람은 당신을 구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을거야. 
- 심한건 니 얼굴이지!
- 심한건 니 성격이지!

 처음에야 무난한 선택지를 고르게 되지만 인간, 호기심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심한건 니 얼굴이지!' 라는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플레이하게 만드는 이 오묘함. 절체절명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제작진의 센스는 선택지 이외의 곳에서도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게임 속 히로인 혼죠 사키의 블로그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떡해서는 유저에게 현실감을 주고 싶다는 마음 씀씀이가 괜시리 따스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매력을 꼽으라면 역시 음악이 아닐까 싶다. 작중에서 히로인 혼죠 사키는 가수를 지망하는 전직 간호사로 나오는데, 덕분에 게임 곳곳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앞에서는 이 노래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논했다. 물론 지금도 부정적이다. 혼죠 사키가 어딘가의 파이어 봄버 파일럿도 아니고 세상만사 모든 일을 노래로 뚝딱 해결해버리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이 작품에서 혼죠 사키의 노래란, 폭도들을 진정 시킬때도, 오빠를 잃은 소녀를 위로할 때에도, 인질범을 설득할 때에도, 뚝딱뚝딱 상황 종결을 내버리는 마법의 열쇠다. 또, 무엇보다 현실성이 중시되는 절체절명도시라는 작품을 일종의 판타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혼죠 사키의 노래는 분명 게임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악요소 이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노래는 굉장히 인상 깊다. 이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노래들이 게임 테마곡으로는 더 없이 완성도 높은 녀석들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음악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분명 좋은 곡이기는 하지만 이렇다할 기교를 요구하는 노래도 아니요, 보컬의 가창력이 폭발적인 것도 아니다. - 사실 그렇게 보컬의 능력을 요구하는 곡도 아니다. - 하지만, 가사 하나하나가, 음정 하나하나가 모든 면에 있어서 게임 속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동안에 강한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급기야는 게임을 모두 클리어 한 후에도 정신차리고 보면 자신도 모르게 흥얼 거리게 된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보컬 곡들은 '게임의 테마곡' 으로서는 최고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랜만의 포스팅이자 오랜만의 리뷰, 복귀 후 첫 포스팅의 주인공이 된 <절체절명도시3 무너져가는 도시와 그녀의 노래>는 아직도 내 속에서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는 작품이다. 나름대로 게임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소는 전부 갖추고 있음에도 하나 같이 엉성해서 마치 8등신의 120cm 미녀를 보는 괴이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타인에게 추천하기가 참으로 무안한 작품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이 작품을 추천하거나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한 가지 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기는 하다. 나는 이 작품을 그래도 즐겁게 플레이 했다는 것.. 리뷰를 쓰는 이 시점에서도 혼죠 사키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는 것.


 덧 : 오랜만의 리뷰인데.... 쓰는 것 만으로 진이 다 빠지고, 쓰고 나서 읽어보니 없는 진도 빠진다. 이래서야 복귀는 또 물 건너 가고 잠수 시작일듯?

 덧 2 :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피눈물나는 요소는, 나는 개떡같은 조작감 때문에 지나갈 수 없는 길을 CPU가 조작하는 혼죠 사키는 그냥 술렁술렁 지나갈때. 아놔, 좀 도와주면 덧나냐? 독한것...

 덧 3 : 익스플로러8이 나의 인터넷 환경을 좀먹고 있다. 정말로 익스플로러 최악의 실패작이라 생각한다.

  

by 유우 | 2010/01/07 15:22 | 트랙백 | 덧글(6)

아, 정말 2010년 인데...

아, 정말 2010년인데,
한 달 동안 블로그도 안하고 세월아 네월아 탱탱 놀아제꼈는데...
이제 좀 복귀 하려고 해도 왜 이리 싫은지 모르겠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발목을 잡고 귓가에다 속삭이는 것 같다.

괜찮아. 포기하면 편해...

근데 막상 블로그라는 걸 포기하기도 그렇고,
결국에는 산란기 맞은 연어 마냥 두리뭉실 되돌아오게 되기 마련인데..
그 시점이 언제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막장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데도, 지난 블로그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들 찾아와 준것이 어찌보면 기적이려나.
 날로 먹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글루스로 갈아타니 이제서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내 블로그를 평가받는 기분이네 -_-;
 (아니, 뭐, 이 말이 네이버 블로그보다 이글루스가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조금만 더 쉬웠다가 진짜 복귀해야겠다,

by 유우 | 2010/01/07 11:43 | 낙서장 | 트랙백 | 덧글(0)

내 생각에 D3 퍼블리셔의 물건들은 좀 괴상한 맛이 나는 것 같다.

 요즘처럼 엔화 환율이 광년이가 널을 뛰는 시기는 나 같은 녀석에게 참으로 잔인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환율이 오름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런 저런 컨텐츠들의 가격들이 수직 상승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와중에는 판매업자가 드디어 정신이 쳐 돌았구나 싶은 가격의 물건들도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모 DS 소프트 가격이 백만단위로 책정된 것을 보고, 어째서 이 땅에 R4가 창궐하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원초적인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이런 시기는 당연하게도 국제 배송으로 물건을 사는 것을 피하게 되거나 정말로 사고 싶은 물건일 경우에만 간신히 피눈물을 삼키면서 지갑을 열게 된다. 

 그런데 명작 소프트나 기대하던 신작을 구매하는 것 만으로도 허리띠를 코르셋마냥 졸라야 하는 요즘에도 왠지 모르게 귀신에라도 홀린것처럼 지갑을 열게 만드는 메이커가 있다. 스퀘어에닉스도 아니요, 반다이남코도 아니다. 하다 못해, 아스키나 코나미처럼 그 좋아하는 갸루게 메이커(?)들도 아니다. 오랜 세월 나와 질긴 인연을 이어 온 제작사는 아이러니하게도 B급 전문의 D3 퍼블리셔인 것이다. 

 D3 퍼블리셔와 나의 인연은 PS1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최초로 접한 D3 퍼블리셔의 작품은 <THE 등산 RPG> 였다. 어택커와 클라이머 쉘퍼 등, 실제 등반팀에 존재하는 역할들을 클래스화 시킨후에 리얼타임으로 '낙석', '크레바스' 등과 전투를 벌이고 최종적으로 그 산의 정상과 보스전을 치룬 후에 산을 정복한다는 게임의 컨셉이며 시스템이 그 당시의 나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하고 중독성 있게 느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나는 D3퍼블리셔가 이처럼 신선하고 참신한 게임들을 뽑아내는 좋은 회사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참, 착각도 그런 심한 착각이 없었다. D3 퍼블리셔는 사실 게임 제작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중소 규모의 게임의 판권을 사들여 대리 유통을 해주는 스타일의 업체였다. 따라서 게임의 제작을 어떤 업체의 어떤 스탭이 맡느냐에 까라서 넘버링간의 퀄리티 차이가 거의 천지차이였던 것이다. 개중에는 앞서 말한 THE 등산 RPG 마냥 참신하고 독특한 물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스토리, 게임성, 그래픽 등의 모든 요소가 하나같이 D급인, 'D3스러운' 물건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2000엔 내외라는 싼 가격이 결코 싼 가격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야말로 콘솔게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작품들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최근들어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만도 못한 퀄리티 [...] 에 질릴대로 질린 나는 결국 '내가 두 번 다시 D3 퍼블리셔의 게임을 사면 고자 샛귀다!' 라며 D3 퍼블리셔는 등지기에 이른다. 

 그런데 참으로 괴상하고도 망측한 일이다. 그렇게 등신 같고, 그렇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게임성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왠일인지 D3 퍼블리셔의 게임들은 '고자샛귀의 맹세' 마저 져버리고, 기대하던 신작까지 포기하면서 지갑을 열게 만드는 묘한 맛이 있는 것이다. 

 무엇을 숨기리, 나는 초창기 <오네챤바라> 의 거지 같은 3류 스토리에 실소를 터뜨리면서도, 필리핀 나이키 에어맥스 공장 17번 가동라인 스러운 단순반복 좀비 학살을 무언가에 홀린듯이 <진 삼국무쌍> 이상으로 플레이 했으며, 3D 미소녀라기보다는 'D3 미소녀' 라는게 더 어울리는 <THE 대미인> 도 정발하자마자 사고는 '문자 그대로' 헬기만한 가슴을 흔들거리며 도쿄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캐릭터를 보고는 참을 수 없는 병맛에 몸부림을 쳤다. 철권이나 DOA, 소울 칼리버 등으로 친구들과 대전을 해서 이겼을 경우에는, 재미는 있었어도 어쩐지 '아, 내가 이겼네' 수준에서 끝나버리는 일이 허다했지만, <THE 올 스타 격투제> 에서 거지같은 판정과 프레임을 극복하고 얻은 승리는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었다. 

 나의 이런 애증의 감정은 결국 PS2를 뛰어 넘어 차세대 콘솔인 XBOX 삼돌이 까지 이른다. '얘는 도대체 왜 일본까지 와서 다른 게임들 다 놔두고 <오네챤바라 볼텍스> 부터 찾을까' 라는 친구의 표정을 뒤로 하고도, 어쨌든 나는 빤스만 입혀 놓은 안나로 파이어 인더 홀을 외치면서 수류탄만 쳐던진다거나 일부러 좀비밭 한 가운데에서 스틱을 반만 기울여 워킹 모드로 한 뒤에 아야 뒤태 감상만한다거나 하는 저능아 플레이를 강행하는 둥,  다시 한 번 D3 퍼블리셔에게 졌던 것이다. 연전 연패는 DS쪽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입에 담기도 황송한 <서몬 나이트 10주년 기념 헌정판 서몬 나이트X 티어즈 크라운> 이라는 대박 게임을 뒤로 하고 내가 선택한 물건은 쌩뚱맞기 짝이 없는 D3 퍼블리셔의 <택틱스 레이어> 였던 것이다.      



 이 게임... 쉽게 말하면 게임성은 정말로 한 숨 나오게 평범하다. 최근 들어서 어느 정도 심플 시리즈의 저가형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 한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처음 느낀 감정은 수수하고 밋밋하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SRPG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플레이어의 행동 성향에 따라 들어오는 동료가 변화하고, 호감도 시스템으로 인해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변화를 주는 둥, 나름대로 개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미 이 계열에는 <동경 마인학원 검풍첩> 이라는 괴물같은 물건이 자리 잡은 관계로 별 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결국 이 게임이 그 외에 내세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코스프레 시스템 뿐인데, 머리에서 발까지 총 여섯 부분의 신체 부위에 각기 다른 파츠들을 조합해서 능력티와 외모 수치에 변화를 주고, 스킬들도 만들어 낸다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 덕에 스토리도 자연스럽게 산으로 가버려서 궁극적으로는 '코스프레로 세상을 구한다' 는 그야말로 D3 퍼블리셔 같은 물건이 튀어 나왔다. 쉽게 말하자면 '옷 갈아 입히기 놀이' 와 '어드벤쳐형SRPG'를 한데 섞은 물건이란 소리다. 뭐, 여기저기서 동료들을 영입한 후에 동료들에게 안 어울릴 법한 옷 - 예를 들어 OL에게 유치원 제복을 입힌다거나, 유치원생에게 본디지를 입히거나 하는 식으로 - 노는 것은 그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솔직히 <서몬 나이트X> 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 작품과 비교하면 열이면 열, 아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 단언컨데 게임성 면에서 압도적으로 서몬나이트 쪽이 위라고 즉답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이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뭣 때문에 택틱스 레이어를 선택한 것일까? 뭣 때문에 D3퍼블리셔의 게임에 손을 대고 마는 것일까? 뭐가 아쉬워서 명작들에 쏟아부어도 아쉬운 시간과 정열등을 D3 퍼블리셔의 망작들에게 투자하는 것이냔 말이다. 이는 단순히 마이너 근성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내 생각에... 아무래도 D3 퍼블리셔의 게임들은 그 작품성과는 별개로 인간의 본능적인 무언가를 자극... 혹은 도발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오늘도 나는 한 명의 동료라도 더 찾기 위해서 플래그 성립 조건을 예상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 


덧 . 어쩐지 심심해져서 D3 퍼블리셔의 웹페이지에 다시 들러 보았다. 왠지 모르게 구매의욕을 자극하는 걸레같은 망작들이 대략 수십개씩 보인다... 어쩜 좋지?  http://www.d3p.co.jp/top/index.html

덧 2 . 본문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D3 퍼블리셔를 상징하는 희대의 작품은 역시 <드림 클럽> 이라 생각한다. 

 

by 유우 | 2009/12/03 23:59 | 게임 주저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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